Page 67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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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6】 彼宗①(馬祖)은 於頓悟門엔 雖近而未的이요 於漸修門엔
有誤而全乖니라
선문정로 마조는 돈오문頓悟門에는 비록 근사하나 적당치 못하고 점
수문漸修門에는 착오하여 전연 괴려乖戾되었다.
현대어역 홍주종은 돈오문에 가깝기는 하지만 딱 맞지 않고, 점수문
에는 오류가 있어 완전히 어긋나 있다.
[해설] 규봉스님의 시대에 중국의 선수행 지형은 크게 나누어보자면
마조선을 실천하는 남방의 홍주종, 우두선을 따르는 우두종, 신회를
종조로 하는 하택종으로 3분되어 있었다. 하택종에 속했던 규봉스님은
자신들과 경쟁 관계에 있었던 마조의 홍주종에 대해 크게 비판하는 입
장이었다. 규봉스님에 의하면 마조선은 만나는 모든 것이 도이므로 마
음 가는 대로 맡기는 길을 제시한 유파였다. 마조선의 수증론은 선으
로는 육조선을 계승하고, 교학으로는 『능가경』의 여래장사상에 근원을
두고 있다. 이에 의하면 여래장은 선과 악을 포함한 일체가 여래장의
표출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일으키는 일, 생각을 움직이는 일, 손가락
을 튕기고 기침 소리를 내는 일, 눈썹을 치켜올리고 눈을 깜박이는 일
등이 모두 부처의 일이다. 그러므로 일부러 수행을 하겠다는 마음을 낼
필요가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규봉스님은 마조선이 탐진치와 자비행을 구분하지 못한다
고 비판한다. 원리적 측면에서 보면 모든 물이 습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해도 되지만, 상황적 측면에서는 그 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데 마조선에는 그것이 없다는 것
제13장 해오점수 · 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