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0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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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그래서 점수의 길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는 오류에 빠졌다는 것이
이 인용문이 전하는 맥락이다.
성철스님은 규봉스님이 분별적 견해에 빠졌다고 비판한다. 규봉스님
과 같은 차원에서는 결코 ‘마조의 원증심경圓證深境을 이해할 수 없다’
는 것이다. 규봉스님은 중국 불교사의 대표적 불교이론가이고, 마조스
님은 별도의 저술이 없이 약간의 대중설법과 법문답의 기록만 남아 있
는 전형적인 선승이다. 그럼에도 규봉스님이 돈오점수의 전형으로 꼽
았던 하택종은 규봉의 대에서 소멸한다. 이에 비해 마조선은 백장스님
을 필두로 하는 88명의 대선사를 배출하였으며 이후 중국선의 주류가
된다. 왜 하택종은 소멸하고 마조의 홍주종은 번성했을까? 성철스님은
그 이유가 해오점수를 통해 견성성불할 수 있다는 그 이론 자체에 있다
고 보는 것이다.
①은 지시사 ‘피彼’가 마조를 가리킨다는 주석이다. 번역문이나 해설
을 통해 밝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문으로 된 주석을 삽입했다. 한
문 문장의 권위가 힘을 발휘하던 문자 환경과 관련이 있다.
【13-17】 且悟證之跡도 尙不容①[存]於心이어늘 何况信解리오 純
是情見이니 其於至道之體에 愈親而愈踈하고 益近而益遠하야 ②
[且]自未能會于③[乎]道어니 安④[有]能使人會道之理哉아
선문정로 또한 철오徹悟하여 실증實證한 형적形跡도 오히려 심중心中
에 용납하지 않거든 하물며 신해信解리오. 순전히 이는 식정망견識情
妄見이니 그 지도至道의 본체에 친하려 할수록 더욱 소疎하여지고, 근
近하려 할수록 더 원격遠隔하여진다. 그리하여 자신도 대도를 회통하
지 못하였는데 어찌 타인으로 하여금 회통케 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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