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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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이 인용한 부분은 마지막의 문단이다. “해오는 대도大道에

             완전히 배치되거나 거론할 필요조차 없을 뿐만 아니라, 정안을 장폐障
             蔽하는 최대 병통病痛이므로 선각先覺들이 극력 배격한 것”                      392 이라는 점

             을 강조하기 위한 인용이다.
                많은 경우가 그렇듯 중봉스님의 이 발언은 성철스님에게 유력한 논거

             가 되는 동시에 반박의 자료가 되기도 한다. 우선 유력한 논거가 되는
             부분은 성철스님의 인용 부분이다. 여기에서 중봉스님은 믿고 이해하

             는 신해信解, 즉 규봉스님이 말하는 해오는 의식이나 감정의 분별적 견
             해라는 점, 이것으로는 궁극적 진리의 본체에 계합할 수 없을 뿐만 아

             니라 장애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 앞의 문장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선 중봉스님은

             자신이 아직 믿고 이해하는 신해의 차원(信解)에 머물러 있어 깨달음(悟
             證)이 부족하다고 고백하고 있다. 표현에 충실하자면 중봉스님이 신해信

             解에서 깨달음(悟證)으로 가는 경로상에 있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
             성철스님은 중봉스님의 사상이 선문의 정통사상이며 “임제직전臨濟直傳

             의 정안으로 선문의 표준”          393 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또한 중봉스님의 언
             설에 근거하여 해오를 배격하는 논의를 펼친다. 그런데 중봉스님이 신

             해信解의 차원이었다면 그것을 논거로 삼기에 곤란한 점이 있다.
                물론 우리는 중봉스님의 말을 겸사로 읽어야 한다. 중봉스님이 주지

             직을 맡아 수행자들을 널리 이끌어 달라는 요구에 대해 스스로 물러나
             면서 한 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체 문맥으로 보자면 성철스님이 독

             해한 것처럼 신해를 내려놓아야 깨달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주제 의식




              392   퇴옹성철(2015), p.292.
              393   퇴옹성철(2015), p.291.



                                                            제13장 해오점수 ·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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