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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립한다. 신해가 무용한 것도 아니고 또 깨달음의 과정에 그것이

            일정한 작용을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궁극의 깨달음에 들어가기 위해
            서는 그것을 말끔히 씻어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신해에 기대어 수행을

            이끌어간다는 주장과 그것을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히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다.

               인용문에 표시된 바와 같이 생략된 글자가 보인다. ①의 ‘존存’ 자가
            생략되어 있는데, 이것이 있으면 깨달음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이에 비해 이것을 빼면 깨달음의 흔적
            을 ‘심중心中에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

            만 깨달으면 일체의 미세번뇌조차 남지 않는다는 성철스님의 일관된 주
            장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깨달음의 흔적이 남아 있다면(存), 그리고

            그것이 중봉스님이 말한 것처럼 감정과 의식의 차원이라면 결국 깨닫고
            난 뒤에도 청소를 계속해야 한다는 돈오점수론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

            기 때문이다. 생략의 이유이다.
               다음으로 ②와 같이 ‘또한(且)’이라는 허사가 생략되었다. 한문의 문

            장에 한글 현토를 달면 대부분의 한문 허사들이 불필요해지는데 이 경
            우도 그런 이유로 생략되었다.

               ③에서는 ‘호乎’ 자를 ‘우于’ 자로 바꾸었다. 두 글자 모두 ‘~에’의 뜻으
            로 통용되는 관계에 있다.

               ④에서는 ‘유有’ 자가 생략되었다. 판본에 따라 생략되기도 하는 글자
            이다.



               【13-18】   ①悟[情]解之者는 語益工而旨益昏하고 言愈奇而理益

               ②[愈]昧③[矣]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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