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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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정로 ④정해情解한 자는 어언語言이 더욱 공교工巧할수록 본지本
旨는 더 암혼暗昏하고, 언어가 더욱더 기묘할수록 성리性理는 더 혼매
昏昧하니라.
현대어역 의식 차원으로 이해하는 자들은 말이 뛰어날수록 종지에는
더 어둡고, 말이 감탄스러울수록 이치에는 더욱 어둡게 된다.
[해설] 투철한 깨달음(徹悟)과 의식 차원의 이해(情解)가 겉으로는 차
이가 없어 보여도 하늘과 땅의 차이, 모자와 신발의 차이가 있다는 중
봉스님의 설법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중봉스님은 대매스님이 보여준 깨
달은 뒤의 삶을 찬양한다. 대매스님은 마조스님에게서 마음이 곧 부처
(卽心是佛)라는 말을 듣는 순간, 10개의 태양이 함께 비추는 것처럼 감정
의 구름과 의식의 안개가 한 생각에 사라지는 체험을 한다. 그런 뒤 곧
장 대매산으로 가서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닌 자리에 맡겨 놓고 살았
다. 중봉스님은 이것이 철저하게 깨달은 모습이라고 감탄한다. 이로부
터 이것이 천하에 유행하여 도를 닦는 이들은 물론 장사꾼이나 가정주
부들까지 입을 열었다 하면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그
렇지만 그들이 흉내낸 것이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중봉스님은 이렇게 설한다.
간혹 평소 참선을 좀 했다는 사람들이 시를 짓거나 노래를 하면서
그 마음의 본체를 가리키는 것이 마치 거울 속의 눈과 눈썹을 뚜렷
하게 보듯 털끝 하나 놓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법상스
님의 홀가분한 자유를 구하고자 한다면 하늘과 땅, 모자와 신발과
같아 함께 할 수가 없다. 왜 그럴까? 법상스님은 철저하게 깨달은
제13장 해오점수 · 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