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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같다. 고인古人이 말하기를 “학도學道하는 인사人士가 진眞을 알지

               못함은 다만 종전의 식신識神을 오인誤認하기 때문이다. 이는 무량겁
               래無量劫來의 생사근본이어늘 우치한 인간은 불러서 본래신本來身이라

               한다.” 하였으니, 이 일관一關을 투과透過하는 것이 가장 긴요하다.



               현대어역  만약 근본으로부터 공부를 해서 제8식의 틀을 깨뜨리고 무
               명의 동굴을 문득 뒤집으면 단번에 여래의 차원에 곧바로 들어가 다

               시는 남는 것이 없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최고 중의 최고로서 영리
               한 자질을 갖춘 이의 깨달음입니다.[깨달음이 깊은 경우입니다.] [그 밖

               에 점수는 깨달음이 옅은 경우입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소
               한 증득에 만족하는 일이므로 절대로 그림자의 차원에 떨어지는 일

               이 없어야 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제8식의 근본무명을 깨뜨리지 못
               하면 설사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있다 해도 모두 생각과 의식 차원

               의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것을 바른길로 삼는다면 도적을 아
               들로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옛사람이 말했습니다. “도를

               공부하는 사람이 진여를 알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전과 같이 생각
               과 의식을 용인하기 때문이라네. 무수한 겁 동안 생과 사의 뿌리가

               되는 이것을 어리석은 사람들은 본래의 몸이라 여긴다네.” 그러니 이
               하나의 관문을 뚫고 지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해설]  감산스님이 어사중승 정곤암鄭崐巖의 서신에 답장을 하는 형

            식으로 이루어진 설법이다. 여기에는 수행과 깨달음의 전체 약도가 제
            시되어 있다. 이에 의하면 사람마다 추호의 부족함 없이 성불의 인연을

            완전히 갖추고 있다. 그런데 뿌리 깊은 애착과 망상으로 인한 때가 그
            것을 가리고 있다. 이 망상에서 일어나는 영상들을 지우는 일이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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