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0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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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에는 해오와 증오의 구별이 있습니다. 불조의 언어적 가르침
               에 의지하여 마음을 밝히는 것은 해오로서 앎과 견해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체의 경계와 인연에서 대부분 힘을 얻지 못하
               고 마음과 경계의 두 뿔을 세워 하나로 녹이지 못합니다. 길을 만
               나면 그것에 걸려 장애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이를 ‘비슷한 반야(相
               似般若)’라 하며 진실한 참선이 아닙니다.            396



               감산스님은 이렇게 해오를 진실한 참선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참선은

            오직 실증적 깨달음인 증오라야 한다는 것이다. 감산스님이 주장하는
            증오로서의 깨달음은 제8식의 근본무명을 타파하는 데 있다. 성철스님

            은 인용문을 논거로 하여 “제8식의 근본 미세무명을 영단永斷하여 구

            경을 실증實證하지 않으면 이는 전혀 망식妄識의 환경幻境이요 진오眞悟
            가 아님” 을 강조한다.
                     397
               인용문에 표시한 바와 같이 약간의 손질이 가해졌다. ①의 ‘심深’ 자

            를 생략한 것은 증오에 심천의 차이가 있다는 문맥을 지우기 위한 조치
            이다. 원문에 의하면, “제8식의 소굴을 타파하고 무명의 굴혈을 뒤집으

            면 단번에 불지에 들어가게 된다. 이것을 깊은(深) 증오라 한다. 이에 비
            해 옅은(淺) 증오가 있는데, 그것은 돈오점수를 필요로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성철스님은 구경각만을 깨달음으로 인정하는 입장에 있으므로
            깨달음에 심천의 차이가 있다는 이 문장을 수용할 수 없다. 그래서 ①

            의 ‘심深’ 자를 생략하여 그 심천을 논하는 문맥을 지운 것이다.





                『
             396   憨山老人夢遊集』(X73, p.469b), “然悟有解證之不同, 若依佛祖言教明心者, 解悟
                也. 多落知見, 於一切境緣, 多不得力, 以心境角立, 不得混融. 觸途成滯, 多作障
                礙, 此名相似般若, 非眞參也.”
             397   퇴옹성철(2015),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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