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6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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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이 오히려 소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심지
어 성철스님이 ‘불조정전’으로 인정한 전적에 돈오점수론이 발견되기까
지 한다. 그 예로 『종경록』을 들 수 있다. 『종경록』에서도 돈오 이후 점
수를 통해 구경 해탈에 이른다는 기본 노선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을 보자.
자성 이대로 청정하며 자성 이대로 해탈되어 있음을 돈오하고, 점
수를 통해 때를 벗겨내어 청정함을 회복하고 장애를 벗어나 해탈
하여 원만하고도 청정한 궁극의 해탈을 성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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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돈오점수설이다. 이렇게 살펴볼 때 성철스님이 말하는 불
조정전이 결코 다수를 점할 것 같지는 않다. 성철스님 역시 이 점을 분
명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견성과 구경각이 같은 것이라야 한다는 돈
오원각론의 주장은 그 논리 전개에 있어서 전혀 궁핍해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런가? 성철스님은 스스로의 체험에 근거하여 조사선의 돈오와 여
래선의 원각을 통합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 부처님의 제자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보았다. 부처의 궁극적 깨달음이 아닌 것을 돈오, 견성,
무생법인 등의 말을 붙여가며 그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원칙, 성철
선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나아가 그것은 캄캄한 모름과 간절하게 알고
자 함을 동력으로 하여 매 순간 ‘왜, 어째서’로 나아갈 뿐인 향상일로의
화두선에 의해 실천되는 것이다.
『
412 宗鏡錄』(T48, p.615a), “必須頓悟, 自性清淨, 自性解脫. 漸修令得, 離垢清淨, 離
障解脫. 成圓滿清淨, 究竟解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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