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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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화엄의 교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실상의 이치를 보지 못하

            도록 가로막는 번뇌의 티끌을 떨어내는 일을 두고 보자면 중생과 부처
            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궁극의 깨달음을 성취하고자

            한다면 부처를 중생에 머물게 하는 마지막 티끌까지 걷어내는 철저한
            수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초주 견성을 출발점으로 삼는 화엄의 분진론分眞論도 결
            국은 천태의 분파분증론과 동일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

            서 특히 유위의 공부가 끝나는 무공용의 화엄8지가 비판적 검토의 대
            상이 된다. 뒤로 물러남이 없는 제8지가 중요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여

            전히 제9지, 제10지, 등각, 묘각의 지위가 남아 있으므로 무공용행 역
            시 분수분득의 과정이며 “절학무위絶學無爲의 정전正傳의 견성이 아니

            라”  407 는 것이 그 비판적 검토의 요지이다.
               나아가 제8지에서 증득한다는 무생인에 대한 비판이 뒤따른다. 이

            를 위해 먼저 일체 심의식心意識의 분별상을 영원히 벗어나 무생인을 성
            취하면 제8지에 들어간다는 『화엄경』의 경문을 인용한다. 그런 뒤 제8

            지에는 치상治想, 즉 분별망상을 다스린다는 생각이 남아 있다는 청량
            스님의 해설을 인용한다. 이 치상이 제10지에서 사라진다고 했으므로

            제8지의 무생인은 궁극의 진정한 무생인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제8지의 미완성을 강조하기 위해 3세의 미세번뇌가 제8지, 제9지, 제

            10지에서 순차적으로 소멸한다는 현수스님의 해설을 인용한다.
               이처럼 성철스님은 제8지의 무생인 증득으로 초주견성설을 부정하

            고, 제8지의 무생인 증득은 미세번뇌의 완전한 소멸이라야 견성이라






             407   퇴옹성철(2015),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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