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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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높게 평가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천태에서 견사혹과 진사혹을 끊
어낸 아라한과의 자리에서 다시 나아가 무명의 분파와 진여의 분증을
내용으로 하는 수행을 지속해 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는 점을 높이 본
것이다.
태교台敎의 초주견성初住見性이 불조정전佛祖正傳은 아니나 태교台敎
의 3혹三惑인 견사見思·진사塵沙·무명無明 중에서 견사見思와 진사塵
沙의 양혹兩惑을 단제斷除하고 일품무명一品無明을 분파分破한 분증
무생分證無生을 내용으로 하였으니, 견사見思도 미탈未脫한 초신初信
의 해오解悟로써 견성이라고 주장함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406
10주, 10행, 10회향, 10지, 등각을 거치며 42품의 미세망상을 타파
한다고 밝힌 천태의 교리는 그 제시하는 차원이 어마어마한 감이 있다.
이 단계에 도달하기 이전인 10신의 지위에서 이미 견사혹과 진사혹을
소멸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화엄은 10주 초주의 견성을 말하기는
하지만 3세의 미세번뇌가 제8지(경계상), 제9지(능견상), 제10지(무명)에서
소멸한다고 본다. 용어는 같지만 수준은 서로 다른 것이다. 성철스님은
화엄종사인 규봉스님이 견성으로 규정하는 해오가 별교의 초신에 해당
한다고 말한다. 견사혹, 진사혹을 단멸한 초주를 견성이라고 규정한 천
태와 비교해 천양지차가 있는 것이다. 이런 판단이 있었으므로 성철스
님은 천태의 교리를 화엄의 교리에 우선하여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화엄의 분수분득分修分得의 교리를 검토한다. 성철스님은
‘중중무진 법계연기에서는 곳곳이 극락이고 티끌마다 여래가 출현한다’
406 퇴옹성철(2015), p.310.
제14장 분파분증 · 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