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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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것으로서 다른 어떤 것을 깨닫는 것이 아니다.” 는 구절을 축약한
             것이다. 이 구절을 바로 전달하려면 이렇게 생략된 부분을 다시 언급해
             야 한다. 그런데 성철스님의 입장에서는 초발심의 초주에 대해 바른 깨

             달음이라는 표현을 붙이는 일이 허락되지 않는 일이었을 수 있다.
                한편 초발심할 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한다는 구절과 관련

             하여 천태와 화엄의 규정이 다르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천태에
             서는 예문에 보인 것처럼 초발심을 10주의 초주로 보지만, 화엄에서는

             10신의 만심滿心으로 보기 때문이다.
                ②의 ‘함부로 넘쳐서는 안 되며 이것을 지위점차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한다’는 구절이 생략되었다. 성철스님은 선종의 깨달음이 교가
             의 지위설에서 말하는 구경의 묘각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할 뿐, 그

             세세한 논의에는 관심이 없다. 일체의 지위설을 배격하고 일초직입여래
             지를 강조하는 선문의 종지를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끝없는 수행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지위설 대신
             수행 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일여’의 화두 수행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③에서 ‘무생인無生忍’을 ‘무생법인無生法忍’으로 바꾸어 표현하였는데

             의미상의 차이는 없다.
                ④와 같이 원문에서는 10주 동륜위의 성취를 무생법인의 증득, 보배

             창고에 도달함, 비밀창고에 들어감, 제호를 얻음, 불성을 봄, 법신을 드
             러냄 등의 다양한 표현으로 묘사하고 있다. 성철스님은 이 모든 비유적

             표현을 삭제하고 논리적 표현만을 남긴다. 성철스님은 실경계에 속하는
             깨달음에 대한 일체의 비유적 표현은 최대한 삭제하고자 한다. 깨닫지




              413   大方廣佛華嚴經』(T09, p.449c), “知一切法, 眞實之性. 具足慧身, 不由他悟.”
                 『


                                                            제14장 분파분증 ·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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