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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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항복시키는 것으로 보자면 장교, 별교, 통교는 원교보다 못하다.”라
는 구절이 이해가 안 되어 천태덕소스님에게 그 뜻을 묻는다. 덕소스님
은 국청사國淸寺의 의적義寂스님을 추천하고, 의적스님은 그것이 『법화경
현의』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알려준다. 그렇지만 안사의 난과 회창會昌의
법난으로 불경이 전부 불태워져 중국에서는 볼 수 없고, 고려에 천태교
학이 완전하게 전하고 있다는 사정을 고한다. 이에 오월 충의왕은 고려
에 사신을 보내 천태의 전적들을 요청한다. 고려에서는 경전과 함께 제
관스님을 보내 그것이 바로 전해지도록 하였다. 제관스님은 중국에서 천
태학 연구를 계속했는데, 그 대표 저서가 바로 이 『천태사교의』이다. 415
인용문은 이러한 사연이 있는 『천태사교의』에서 설하고 있는 분증즉
불分證卽佛의 지위에 대한 논의에서 가져온 것이다. 천태교학에 의하면
분증즉불의 지위는 10주, 10행, 10회향, 10지, 등각, 묘각을 아우르는
지위로서 이 지위에서는 한 조각씩 무명을 끊어 그만큼씩의 3덕(법신,
반야, 해탈)을 증득한다.
원교의 입장에서는 일체중생의 불성이 그대로 곧 대열반이지만 이것
은 원인을 가지고 결과를 말하는 것이다. 결과의 자리에서 보자면 대열
반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불성은 원인이지 결과가 아
니다. 지위설을 적용할 때 각각의 지위는 다음 지위의 원인이 되고, 앞
지위의 결과가 된다. 예컨대 등각은 묘각의 원인이 되고, 10지보살의
결과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를 기준으로 보면 10주, 10행, 10
회향, 10지는 모두 원인이 된다. 이것을 진정한 결과(眞果)를 이루는 진
정한 원인이라는 뜻에서 진인眞因이라 한다. 견혹과 사혹을 항복시키는
此處爲齊. 若伏無明, 三藏則劣也. 八心至十心, 任運斷界內外塵沙, 行四百由旬,
證行不退, 與別十向齊.”
『
415 天台四教儀』(T46, p.77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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