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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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대한 철저한 눈뜸을 내용으로 한다. 그래서 허공을 보좌로 한다

             는 말이 궁극적 깨달음의 한 표현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거듭 확인되
             는 것처럼 성철스님은 수행과 깨달음의 실경계에 대한 표현을 채용할

             뿐, 대부분의 비유적 표현을 생략한다. 비유적 표현이 깨달음에 대한
             불필요한 추측과 짐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14-4】  分破分見은 爲分證卽이니 從初住至等覺이요 智斷이 圓

                滿은 爲究竟卽이니 妙覺位니라



                선문정로  분파分破하여 분견分見함은 분증즉分證卽이니 초주初住로부
                터 등각까지요, 진지眞智와 단혹斷惑이 원만함은 구경즉究竟卽이니 묘

                각위이다.



                현대어역  무명을 일부 타파하여 진여를 부분적으로 보는 것이 분증
                즉이다. 이것은 초주에서 등각까지이다. 지혜의 증득과 미혹의 단멸

                이 완성되는 것이 구경즉이다. 이것이 묘각의 지위이다.


             [해설]  천태스님은 『영락경』의 52위설을 채용한다. 다만 원교의 입장
             에서 그 번뇌 단멸과 지혜 증득의 내용을 새롭게 정리한다. 그리하여

             10주, 10행, 10회향, 10지, 등각에 이르기까지 42품의 무명을 끊는 분
             파의 단계를 제시한 것이다.

                문제는 이 어마어마한 여정의 제시가 수행의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
             는 데 있다. 그렇다면 깨닫지 못했으면서 깨달음을 자처하는 넘침을 차

             단하는 동시에 수행의 여정에 겁을 먹고 물러나는 부작용을 차단하는
             길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천태스님은 6즉불六卽佛의 논리를 제시한다.




                                                            제14장 분파분증 ·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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