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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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에서는 그 눈뜸에 해당하는 견성과 그에 수반하는 법신지혜가 일
어나는 지위가 바로 10주 초주라는 것을 말한다. 원교의 입장에서 볼
때 초주에서 이러한 견성과 법신지혜가 일어나므로 10지에 견성하고 3
아승지겁을 지나야 성불하는 별교와 달리 앞당겨 성불하게 된다는 것
이다. 이에 의하면 선정에 들어가는 보살이라는 원인과 부처라는 결과
가 둘이 아니다. 법신의 본체와 보살의 작용이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통현 장자는 이것이 원교의 특장점으로서 앞의 지위를 원인으로 하
여 뒤의 지위를 결과로 얻는 권교의 보살지위론과 다르다고 말한다.
3)과 4) 역시 10주 초주의 지위가 궁극의 부처와 같음을 말하는 문
장이다. 화엄의 이 세계가 곧 법신여래의 성품에서 일어난 큰 지혜의
세계라는 것이 원교의 입론이다. 이 실상의 진리를 믿고, 이해하고, 따
르고, 깨닫는 일이 10주 초주의 지위에서 일어나며 그것이 여래의 집
에 태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초발심할 때 정각을 성취한다는 말이 가
리키는 바이다. 성철스님은 이러한 화엄의 이치에 대해 십분 동의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이치일 뿐이지 실제로 10주 초주가 부처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화엄의 이치에 눈을 뜨면 가일층의 진실한 수행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것을 원인으로서의 부처(因佛), 원인으로서의 견성(因
見)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가 둘이 아니라 해서 그것이
실제로 하나라는 말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둘째, 어째서 초주보살이 결과로서의 부처(果佛)와 같은지에 대한 설
명이다. 5)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이 세계는 화엄의 성품바다로서 모
든 일이 둘 아닌 관계에 있다. 이것을 깨닫기만 하면 완전히 부처와 같
은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는 것이다. 6)에서는 초주 이후 보살의 각 지
위는 결과로서의 부처를 포함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 중 5)는 규봉스님의 글이다. 규봉스님은 청량국사의 『화엄소』와
제14장 분파분증 · 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