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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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재해석서인 『화엄경소초』를 읽고 크게 눈을 뜨게 된다. 이에

            그 계발된 바를 청량국사에게 보고하는데 인용문은 그 편지글의 일부
            이다. 이 편지를 계기로 규봉스님은 청량국사를 직접 만나게 되고, 결

            국 그 법을 전수받아 화엄종 5조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 인용문은 화
            엄의 이치에 대한 규봉스님의 요약이다. 규봉스님은 사사융통, 중중무

            진의 도리를 깨달아 원교의 부처가 되는 원인을 갖추는 것을 돈오라고
            본다. 그리고 나서 그에 의지하여 부처를 닦는 것이 점수인 것이다. 이

            화엄의 도리가 곧 그 돈오점수의 모델이 된다. 규봉스님은 이에 바탕하
            여 신회스님의 돈오점수와 화엄의 원교를 통일시키고자 한 것이다.

               성철스님은 비록 이치가 그렇다 해도 ‘각 지위의 지혜와 능력에 차이
            가 있는 것’이므로 가일층의 공부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

            이다. 초주 견성은 진정한 견성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
            한 것이다.

               6)의 인용문에서는 초주의 지위가 비록 작은 견성(小見性)이기는 하지
            만 이미 부처의 수레에 탑승한 일임을 강조한다. 그것은 한 방울의 바

            닷물이 전체 바다를 포함하는 이치와 같다. 그러므로 초주 이후의 모
            든 지위는 부처라는 결과를 포함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 역시

            원리가 그렇다는 말이다. 실제로 부처가 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가행정
            진이 필요함은 췌언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 문장

            을 인용하였다.
               셋째, 7)과 8)의 인용문은 7지까지는 애쓰는 공부가 있어야 한다는

            이통현 장자의 주장을 담고 있다. 사실 규봉스님이나 지눌스님의 돈오
            점수론도 돈오 이후의 면밀한 수행을 요구한다. 면밀한 수행, 가일층의

            수행을 독려하는 점에서 성철스님과 다르지 않다. 다만 성철스님은 해
            오에 의지하는 수행의 근본적 문제점을 비판하는 입장이다. 해오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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