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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0주 초심에서 계속하여 10지에 이르기까지 모두 분진즉分眞卽이
라 한다.
[해설] 부분적 증득을 논하는 화엄의 교리이다. 화엄 역시 분수분득
分修分得임을 보여주기 위한 인용이다. 화엄에서는 각 수행 차원의 동질
성과 차별성을 통일시키는 논리를 개발하여 그 원교의 진리성을 증명
한다. 그래서 화엄은 동질성의 측면인 동상문同相門과 차별성의 측면인
별상문別相門을 함께 말하는 특징을 갖는다.
동상문, 즉 동질성의 측면에서 보면 초발심은 곧 무상정등각과 동일
하다. 10주 초주에 전체 지위를 관통하는 “여래의 근본인 모든 곳을 비
추는 광명과 같은 큰 지혜, 고요한 본체와 활발한 적용에 걸림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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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스스로 그러한 본체로서의 깨달음” 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별상문, 즉 차별성의 측면에서 보면 그것을 부분적으로 증득하
여 최후의 완성에 이르는 41등급의 지위에 따른 차별이 있게 된다.
1)은 별상문의 차원에서 지위에 따른 부분적 성취가 있음을 말하는
부분이다. 여기에도 돈오점수의 구조적 원리가 언급되고 있다. 여래의
동체대지는 10주에 일부 증득되고, 여래의 동체행은 10행에 일부 증득
된다. 그리고 10회향에서 여래의 회향대원이 일부 증득되어 지혜와 자
비와 발원이 하나로 통일되는 차원에 진입한다. 이렇게 갖추어진 큰 지
혜와 큰 실천과 큰 발원은 10지 초지에서부터 시작하여 성숙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일부를 증득한 것이지만 그 내용이 무상정등각과 다르지
않으므로 원돈의 논리가 성립한다. 그러나 이후 성숙과 완성의 과정이
『
418 新華嚴經論』(T36, p.902a), “若以同相門中, 總是一箇, 如來根本, 普光明大智, 寂
用無礙, 自體菩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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