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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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므로 점수, 즉 분수분득分修分得이 필요하다. 성철스님은 그중 일
부를 인용하여 화엄 역시 분수분득에 기대는 점교漸敎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2)는 지위에 따라 무생법인의 성취에 차이가 있다는 내용이다. 제7
지까지는 수행의 의도가 작동하지만 제8지에서는 의도가 사라진 무공
용無功用의 수행이 일어나 무생법인을 성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철스
님은 진정한 무생법인은 구경각에서 성취되는 것임을 강조하는 입장이
다. 다만 여기에서는 잠시 그 주장을 내려놓고 무생법인의 성취 역시
원돈이 아니라 점수점득을 말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화엄
은 결국 분수분득임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문장 인용의 목적이다.
3)은 초지에서 제9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도를 북돋우는
수행을 한다는 문장이다. 이에 의하면 실상에 계합하는 수행을 통해
근본지를 깨닫는다. 그런 뒤에 두루 실천하는 수행(徧修行)을 통해 후득
지를 성취한다. 후득지는 근본지를 전면화하는 지관의 수행과 그것을
돕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성취된다. 여기에 백정법白淨法이라는 용어가
보인다. 백정법은 『화엄경』 경문의 무량지혜無量智慧의 다른 표현으로서
일체의 좋은 법을 가리킨다.
성철스님은 제8지 무공용행 이후 제9지에 이르기까지 수행이 필요하
다고 본 『화엄경』의 관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하였다. 제8지
이후의 “무공용행 역시 단혹승진斷惑昇進하므로 분수분득分修分得이며
따라서 절학무위絶學無爲인 정전正傳의 견성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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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은 이상과 같이 10주, 8지, 9지로 단계를 높여 가며 지위에
따른 수행을 말하는 『화엄경』의 점수론을 인용한다.
419 퇴옹성철(2015), p.315.
제14장 분파분증 · 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