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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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문에 표시한 바와 같이 생략과 추가, 교정이 행해졌다. ①에서는

             ‘동체의 행(同體之行)’을 ‘동체대행同體大行’으로 바꾸었다. 동체의 행은 10
             행에 상응하는 것으로서 동체대행이라 표현해도 의미는 동일하다. 다만

             10주에 상응하는 동체대지, 10회향에 상응하는 회향대원과 함께 논의
             하자면 동체대행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

             다. 윤문의 의도가 있다.
                ②에서는 ‘유위의 수행이든 무위의 수행이든(有爲無爲)’의 구절이 생략

             되었다. 제8지 무공용지는 무위적 맡김이 전면화되는 단계이다. 이 문
             구를 적용하면 8지 이전에도 유위적 수행과 무위적 맡김이 공존하는

             상황이 있다는 뜻이 된다. 성철스님은 진정한 ‘절학무위絶學無爲’는 구경
             각에서만 일어나는 것임을 강조하는 입장에 있으므로 불편한 점이 있

             다. 문구를 생략한 이유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생략이 ‘제8지에 이르면 두 가지 행이 바야흐로 끝

             나게 된다(二行方終)’는 구절의 번역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두
             가지 행, 즉 2행二行은 교학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수행적 측면

             에서는 자리행과 이타행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고, 번뇌적 측면에서는
             번뇌장과 소지장의 작용을 가리키는 용어가 된다. 또 둘로 나누는 제

             반 분별행위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 중 번뇌적 측면은 여기에서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묘각의 깨달음이 모두 충족되면 두 가지 행이 영원

             히 끊어진다. (妙悟皆滿, 二行永絕.)”       420 라는 『화엄경』의 규정이 있기 때문이
             다. 묘각에 끊어진다는 말과 제8지에 끊어진다는 말이 병립할 수는 없

             는 것이다.
                그래서 두 가지 행은 두 가지 수행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점들을




                 『
              420  大方廣佛華嚴經』(T10, p.57c).


                                                            제14장 분파분증 ·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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