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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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제8지 아비발치는 깨달음의 경로에서 중요한 관문이다. 애쓰

            지 않아도 저절로 공부가 되는 무공용지이며 장애에 흔들리지 않는 부
            동지이기 때문이다. 그 특징은 일체의 분별망상이 사라졌다는 데 있다.

            그런데 성철스님은 제8지는 물론 제9지, 제10지와 등각에 이르기까지
            모두 궁극의 깨달음에서 아직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어느 것에도 머물

            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제8지의 한계를
            말하는 청량스님의 해설을 가져왔다. 청량스님에 의하면 제8지에서 장

            애가 되는 생각들은 사라진다. 그렇지만 분별망상을 다스린다는 주체의
            식(治想)은 사라지지 않는다. 성철스님은 이처럼 화엄종사인 청량스님의

            말을 빌려 『화엄경』의 분증론을 비판한다.
               1)의 인용문은 제8지의 무생법인을 설하는 『화엄경』에서 가져왔다.

            경전에서는 제7지에서 방편지혜와 모든 도와 조도법을 잘 닦아 복덕과
            지혜를 성취함으로써 제8지에 진입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진입한

            제8지에서 제7지와 다른 차원의 제반 성취를 얻게 됨은 물론이다. 『화
            엄경』의 묘사를 빌리자면 그것은 무량한 지혜의 길에 들어서는 차원이

            고, 일체의 법이 불생불멸함을 체화하는 차원이다. 전후가 평등한 차원
            이자 분별이 사라진 여여如如한 지혜의 차원이다.

               인용문은 제8지의 이러한 다양한 특징에 대한 묘사의 일부에서 가
            져온 것이다. 그중 주목할 것은 제8지에 이르면 제6식과 제7식은 물론

            제8식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분별과 그로 인한 집착이 끊어진다
            는 내용이다. 허공이 모든 현상에 들어가듯 일체의 실체가 없음을 실

            증하는 차원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생법인의 특징이다. 그러
            니까 『화엄경』의 논리에 입각하자면 제8지에서 무생법인을 성취함과 동

            시에 망상이 모두 소멸된다.
               그런데 성철스님은 청량스님의 말을 빌려 제8지에는 치상治想이라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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