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4 - 정독 선문정로
P. 764
접 실천하지 않는 일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경론의 학습과 독송은 수행의 가장 큰 장애이므로 단연
폐기해야 한다고 본다. 두 스님의 입장과 상통하는 점도 있지만 교학과
선문의 차별성이 분명하다. 현수스님이나 청량스님은 화엄종의 종주로
서 경전 학습이 실제 수행으로 이어지는 길을 제창한다. 이에 비해 성
철스님은 화두일념으로 망상을 바로 끊는 빠른 길을 제시한다. 나아가
경론의 학습과 독송은 이 빠른 길을 더디게 하는 장애로 배격된다.
경전에 제시된 불가사의한 경계와 뛰어난 안목, 절묘한 문구들에 정
신이 팔리는 일은 확실히 장애가 될 수 있다. 대상화된 진리를 이해하
고 기억하고자 하기 때문에 에너지의 분산이 일어나는 것이다. 보다 본
질적으로는 무심의 공부에 유심이라는 불순물이 들어가는 일이므로
장애가 된다. 성철스님은 이 두 경우를 모두 고려하여 경론의 학습과
독송을 언어문자에 속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배격하는 것이다.
【15-3】 是法은 非思量分別之所能解니라
선문정로 불법의 심오한 현지玄旨는 사량분별로 능히 이해 못하느니라.
현대어역 이 법은 생각과 헤아림과 분별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해설] 『법화경』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법화경』의 핵심은 “모든 부처
님 세존은 오직 하나의 큰일에 대한 인연으로 세상에 나타나셨다. (諸佛
世尊, 唯以一大事因緣故, 出現於世.)”는 16자에 있다. 하나의 큰일이란 부처의
지견을 열어(開), 보여주고(示), 깨달아(悟), 들어가게(入) 하는 일이다. 인
용문은 이러한 『법화경』의 핵심 법문을 설하는 문단에서 가져왔다.
764 · 정독精讀 선문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