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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圓’을 생략하였다. ‘원圓’이라는 글자가 여래의 원각圓覺과 혼동될 수 있

             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성철스님의 입장에서 성문의 원증圓證이 따로 있
             고 여래의 원각圓覺이 따로 있지 않다. 깨달음은 오직 불조의 깨달음 하

             나만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문의 도달점에 ‘원圓’ 자를 허
             락할 수 없어서 이것을 생략한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을 삭제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④와 같은 삭제(如來)와
             추가(大)가 행해졌다. 원래 이 문장에서는 ‘성문의 원증한 경계’와 ‘여래

             의 원각경계’라는 서로 대비되는 경계가 주제어가 된다. 그런데 앞에서
             원각은 여래만 도달할 수 있는 경계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성문의 ‘원

             증’을 생략하였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여래를 생략하였다. 원각과 동어
             반복의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원각에 상대적 의미가 끼어들 수

             없도록 ‘대원각大圓覺’으로 바꾸어 표현하였다. 견성, 돈오, 무심, 무생법
             인 등의 용어에 구경각 이외의 다른 차원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에서 나

             온 조절이다.
                ②의 ‘~할 수 있다’는 뜻의 조동사 ‘능能’ 자가 생략되었다. 뜻의 변화

             는 없다. 다만 성철스님의 번역문을 보면 ‘여래가 친증親證한 무여열반
             에는 도달 못 한다’고 옮겨져 있어 ‘능能’이 적용되어 있다. 복원하는 것

             이 마땅하다.
                ③과 같이 ‘현現’→‘현見’의 변환이 일어났다. ‘견見’을 ‘현’으로 읽으면

             ‘현現’과 통용되므로 의미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성철스님은 ‘여래
             가 친증親證한 무여열반’으로 번역하여 소현所現, 혹은 소현所見을 번역

             하지 않았다. 엄격히 말하자면 ‘여래의 친증親證’은 깨달음을 성취한 주
             체의 측면을 강조하고, ‘드러낸 것(所現)’은 진여실상과 하나가 된 열반경

             계의 측면을 강조한다.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두 측면으로 나누어
             말한 것이므로 번역을 생략한 것일 수 있다.




                                                            제15장 다문지해 · 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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