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5 - 정독 선문정로
P. 765
어떻게 하면 부처의 지견에 눈뜨고, 보고, 깨달아, 들어갈 수 있을
까? 중생적 지견을 내려놓으면 된다. 중생적 지견은 시비선악을 나누어
자아와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다. 그것은 십중팔구 오해(非量)이거나 상대
적 비교와 추리를 통한 이해(比量)일 뿐이다. 이러한 중생적 지견을 내려
놓으면 이미 태양처럼 밝은 부처의 지견이 저절로 드러난다. 이것이 부처
의 지견이 열리고, 보이고, 깨달아, 들어가는 일의 시작이 된다. 거꾸로
말하자면 중생적 지견이 남아 있는 한 부처의 지견은 열릴 수 없다.
성철스님은 “사량분별을 떠나는 것이 불법의 도리인데 도리어 사량분
별 속에서 불법을 헤아린다면 서울로 가려면서 부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 432 이라 했다. 성철선에서 아뢰야식의 미세분별을 거듭 겨냥
하여 그것이 소멸한 구경무심을 기약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5-4】 但諸聲聞의 ①[所圓]境界는 身心語言이 皆悉斷滅하여도
終不②[能]至彼之親證한 所見③[現]涅槃이어늘 何況能以有思惟
心으로 測度大④[如來]圓覺境界리오 如取螢火하야 燒須彌山하야
終不能著이니라
선문정로 무학無學인 성문의 경계는 신심身心과 어언語言이 전부 단멸
하여 현행의 사량분별이 영진永盡하여도 ⑤여래가 친증親證한 무여열
반에는 도달 못 한다. 그러하거늘 하물며 사유분별로써 대원각大圓
覺의 심현경계深玄境界를 어찌 알 수 있으리오. 이는 미충微蟲인 형화
螢火로써 수미거산須彌巨山을 소각하려는 것과 같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432 퇴옹성철(2015), p.331.
제15장 다문지해 · 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