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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역 모든 성문의 [깨달음을 완성한] 경계에서는 몸과 마음과 언
어가 모두 단멸한다. 그럼에도 끝내 여래가 직접 증득하여 드러낸 열
반에 이르지 못한다. 그런데 하물며 사유하는 마음을 가지고 [여래]
대원각의 경계를 추측하고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것은 마치 반딧불
을 가지고 수미산을 태우려는 것과 같아서 끝내 불을 붙일 수 없다.
[해설] 『원각경』의 문장이다. 성문승은 자아의 공성을 보는 수행을 통
해 자아에 대한 집착에서 풀려난다. 그와 함께 제6식 차원의 시비선악
에 대한 분별이 사라지고, 제7식의 자아의식이 항복하여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단계에 진입한다. 감산스님에 의하면, 이것이 소승이 증득하는
열반이다. 문제는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이 단계가 제8식의 무명에 머
무는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성문과 연각은 제8식 차원의
근본무명의 장애를 모른다. 그래서 제7식이 소멸하고 제8식의 굴에 머
물면서 그것을 열반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마음의 거친 분별작용이 소
멸하기는 하였지만 스스로 도달한 곳이 무명의 경계임을 알지 못한다
는 것이다.
이처럼 일체의 집착과 분별망상을 끊어 멸진정에 도달한 아라한의
단계에서도 무명의 존재조차 모른다면 범부는 어떻겠는가? 생각하고
헤아리는 분별심으로는 여래의 대원각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
다. 조정의 관리들(아라한)도 재상(대원각)을 어려워하는데, 일반 백성(중
생)이 국왕(부처)과 친하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성철스님
은 사량분별인 해오를 가지고 여래의 원각을 알았다고 하거나 견성을
했다고 하거나 하는 주장이 성립할 수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것을 인
용하였다. 인용문에 표시한 바와 같이 조절이 행해졌다.
①에서는 ‘성문의 깨달음을 완성한(所圓) 경계’라는 구절에서 ‘소원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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