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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번역문의 ⑤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성철스님이 ‘여래가 친증親
證한 무여열반’으로 번역한 부분의 원문은 ‘피지친증彼之親證’이다. ‘피彼’
는 3인칭 대명사로서 ‘그’에 해당하므로 이 구절은 ‘그가 직접 증득한’이
라 번역된다. 여기에서 그(彼)가 알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문제가 된
다. 우선 성철스님이 본 것처럼 그를 여래의 깨달음으로 보는 관점이 있
다. 이 경우 성문은 여래가 직접 증득한 경계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뜻
이 된다. 이에 대한 다음과 같은 해석이 있다.
성문이란 언어를 통한 가르침을 듣고 깨달은 이를 가리킨다. 원증
한 경계라는 것은 깨달은 경계를 가리킨다. 그들(彼)이 깨달은 경계
에서 몸이 사라지고 사유가 소멸했다 해도 여전히 부처의 적멸한
묘각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다. 433
이것은 황제가 해석한 것이라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당대 최고의 교
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권위 있는 해석이다. 한편 규봉스님이나 감
산스님은 ‘피彼’가 성문과 연각의 깨달음을 가리킨다고 본다. 규봉스님
은 “아라한의 진실한 지혜(아공)로도 여전히 그 아라한의 진리(아공진여)
에 직접 이르지 못한다.” 434 고 해석했다. 감산스님은 “성문과 연각은 몸
과 마음이 소멸해도 여전히 자신이 증득한 열반에 이르지 못한다.” 435
고 해석했다. 요컨대 성문은 근본무명이 남아 있으므로 자신의 깨달음
에 완전히 하나가 되지 못한다는 해석과 성문은 여래의 깨달음을 알
433 御註圓覺經』(X10, p.156c), “聲聞者, 聞聲教而悟者也. 所圓境界者, 所悟境界也.
『
以彼所悟境界, 雖灰身滅智, 亦不能造佛寂滅之妙.”
『
434 圓覺經大疏』(X09, p.373b), “小聖眞智(生空), 尙不能親到小聖之理(生空眞如).”
435 『圓覺經直解』(X10, p.489c). “且二乘身心已滅, 尙不能至自證涅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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