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0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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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시된 질문에 대해 영명스님은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발심이
구경의 깨달음보다 더 어렵다는 점을 말한다. 그 대강의 뜻은 이렇다.
“깨달음은 잡을 수 있는 모양이 없다. 닦을 수 있는 본성이 따로 있
는 것도 아니다. 이것을 아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다. 그렇다면 이
깨달음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 이 몸과 마음과 우주법계에 어
떤 것이 나인지, 어떤 것이 나의 것인지를 생각해 보라. 누가 부처
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가? 몸인가? 마음인가? 이렇게 관조해 보
면 이 몸이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마음 또
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모든 여래의 몸
이 불생불멸이므로 마음 또한 불생불멸이다. 모든 여래의 마음이
불생불멸이므로 전체 현상 또한 불생불멸이다. 이러한 마음을 내어
한마음과 만법이 둘 아닌 흐름에 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발심(眞發)
이다. 발심과 구경각이 둘로 구별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두 마음 중
에 발심이 더 어렵다.” 437
구경의 깨달음과 초발심의 마음을 내는 일 중에서 초발심이 더 어렵
고 그래서 더 귀중하다는 것이다. 불법은 깨달은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감산스님이 보기에 불생불멸의 이치에 눈
『
437 宗鏡錄』(T48, pp.539b-539c), “答, 若能信悟菩提, 無相不可取, 無性不可修, 如
是明達, 卽是眞證. 如大樹緊那羅王所問經云, 菩薩已復應更作如是思惟, 是中何
者是我, 誰爲我所法. 誰能得成諸佛菩提, 爲身得耶, 爲心得耶. 乃至如是觀時, 分
明了了見, 是身相. 不得菩提, 亦知是心, 不得菩提. 何以故, 諸法無有以色證色,
以心證心故. 然彼於言說中, 知一切法, 雖無色無形, 無相無漏, 無可覩見, 無有證
知, 亦非無證. 何以故, 以一切諸如來身無有漏故, 又諸如來身無漏故, 心亦無漏,
又諸如來心無漏故, 色亦無漏. 若能如是知無所發, 能發此心, 若入宗鏡中, 是名眞
發. 旣能發心, 便又爲他開示, 則諸聖同讚, 功德無涯. 如經偈云, 發心畢竟二不別,
如是二心先心難, 雖自未度先度他, 是故我禮初發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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