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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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 법의 흐름에 들어가는 발심 또한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문답은 언어와 사유 차원의 초발심을 긍정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전체 문맥으로 보자면 성철스님의 입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 물론 『종경록』의 해당 맥락이 그렇다는 것이지 ‘불법은 오직 깨달아
             야 알 수 있다’는 대원칙은 무너지지 않는다. 경전과 조사의 어록에도

             이와 유사한 문장이 곳곳에 보인다.
                그렇다면 성철스님은 왜 자신의 입론에 상반되는 문맥에서 이 문장

             을 가져온 것일까? 『종경록』에 익숙했기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실증實
             證이 아니면 불법에 문외한’이라는 실질적 깨달음의 강조는 성철선의 주

             된 특징이다. 말 붙일 자리가 없는 치열한 수행과 궁극적 깨달음만을
             인정하는 실참실오론의 주장을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15-6】  雖卽心卽佛이나 有證者라사 方知니라



                선문정로  비록 즉심즉불卽心卽佛이라 한 것도 오직 증오證悟한 자라야

                만 비로소 요지了知하느니라.



                현대어역  비록 이 마음이 곧 부처라고는 하지만 오직 깨달은 이라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해설]  나중에 당나라 순종順宗이 되는 황태자가 마음 닦는 길에 대

             해 질문을 하자 청량스님이 답변을 한다. 그것이 청량스님의 마음공부
             의 요체(心要)에 대한 답변으로서 위 인용문의 출전이다. 청량스님은 이

             마음 그대로 곧 부처라는 원교의 원리를 먼저 제시한다. 그런 뒤 그것
             을 알려면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실제로 깨닫는 일이 있어야 한다는 점




                                                            제15장 다문지해 · 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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