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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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설잠雪岑 김시습의 해석을 들 수 있다. 유문스님은 법法을 사법
계, 성性을 이법계로 보았다. 법성원융은 이사무애, 사사무애의 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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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히고 있다 는 것이다. 설잠 김시습은 법法을 삼라만상으로, 성性은
헤아림으로 도달할 수 없는 소식이라고 해석했다. 그리하여 법성원융에
대해 일체의 법이 곧 일체의 자성이며, 일체의 자성이 곧 일체의 법인
경계를 가리킨다 442 고 보았다. 물론 성철스님과 같이 법성을 불성과 자
성의 동의어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성철스님은 이러한 해석의 분기를 의식하고 있었다. 철저한 내려놓
음을 통해 진정한 공에 도달하여 묘유가 저절로 확인되는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이 성철선이다. 법성을 만법과 자성으로 나누어 해석하지 않은
이유이다. 원융의 도리를 말로 표현하는 일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다. 그래서 법성을 ‘일체 만법의 근원인 진여자성’이라고 번역하여 해석
의 분기를 차단한 것이다.
③에서는 ‘두 모양(二相)’을 ‘유무·선악 등의 2상二相’으로 역시 설명식
번역을 하였다. 법성을 만법과 자성으로 해석하는 경우라면 두 모양은
법성과 만법을 가리킨다. 이 둘이 원융무애하며 불이적 관계에 있다는
뜻이 된다. 성철스님은 이러한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두 모양
이 없는 것을 ‘유무, 선악, 시비’ 등의 이원 분별이 없다고 설명식 번역을
한 것이다.
④에서는 ‘제법諸法’을 ‘절대적인 제법’이라고 설명식 번역을 하였다.
441 有聞科註, 『義相法師法性偈』(B32, p.820a), “法乃事法界, 性謂理法界, 圓無際涯.
竪窮則三世無間斷時, 橫徧則十方無空缺處. 融通爲理事無礙, 事事無礙, 冥合一
相.”
442 雪岑著, 『大華嚴一乘法界圖註并序』(B32, p.772a), “法者, 卽六根門頭, 森羅萬像,
情與無情也. 性者, 六根門頭, 常常受用, 計較摸索不得底消息也.”
제15장 다문지해 · 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