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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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무심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성철스님은 증
오證悟, 견성, 무생법인, 돈오 등의 거룩한 어휘는 구경각에만 허락되어
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깨달음의 지혜로 안다’는 이 말을
해오解悟나 분증의 깨달음으로 이해하지 않도록 미리 차단하고자 한 것
으로 보인다. 원문에 없는 구경무심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가 여기
에 있다고 생각된다.
【15-8】 阿難아 汝雖歷劫토록 憶持如來祕密妙嚴하여도 不如一日
에 修無漏業이니라
선문정로 ①불타가 아난에게 고구가책苦口呵責하였다. “네가 아무리
억만겁토록 여래의 비밀묘엄秘密妙嚴인 ②금언옥음金言玉音을 독송하
여도 잠시인 일일간一日間에 선정禪定을 수습修習함만 못하니라.”
현대어역 아난아! 네가 여러 겁을 거치면서 여래의 비밀스럽고 오묘
하고 장엄한 법문을 기억하고 있지만 하루 동안 수능엄삼매를 닦는
것보다 못하다.
[해설] 『능엄경』의 문장이다. 이 설법의 대상인 아난은 부처님이 55세
되던 해로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25년간 부처님을 시봉한 충실한 시
자였다. 아난은 특히 총명하여 모든 설법을 기억하였으므로 다문제일多
聞第一로 불렸다. 그에게는 전생의 석가모니가 사미로서 공부할 때 경전
을 독송하고 암기할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공양을 올린 공덕이
있었다. 이러한 과보로 아난은 무수한 겁을 거치며 무수한 부처님의 설
법을 듣고, 보고, 욀 수 있었다.
제15장 다문지해 · 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