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0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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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백장스님의 설법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선문에서 지해는 불법

            과 반대의 자리에 있다. 어떤 것에 대해 알고 이해하는 일이 있다면 이
            미 그것에 의지하고 머무는 일이 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것에

            의미 부여를 하게 되고 그에 따른 지향점을 세우게 되기 때문이다. 그
            래서 성불에 대한 지향조차 성불을 막는 주된 장애가 된다. 의지하고

            머무는 모양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이 성불하기 전
            에 모든 조건을 모두 완성하여 선정에 들었음에도 부처의 경계가 현전

            하지 않았던 일이 있다. 부처의 경계에 대한 지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백장스님은 말한다. “악을 만나 악에 머문다면 그것은 중생이

            다. 선을 만나 선에 머문다면 그것은 성문이다. 그들은 번뇌라는 악을
            버리고 보리라는 선을 선택한다. 그것은 머무는 일이고 의미를 부여하

            는 일이다. 선악의 상대적 측면을 떠나는 것이야말로 옳은 일이라 여기
            고 그것을 지향한다면 벽지불의 차원이다. 선악의 상대적 측면도 떠나

            고 자신이 머물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짓지 않는다면 그것은 보살의 차
            원이다. 선악의 상대적 측면도 떠나고 머물고 의지할 곳이 없다는 생각

            조차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것이 부처의 깨달음이다.”                   445
               백장스님의 입장에서 중생, 성문, 연각, 보살, 부처를 나누는 기준은

            의식의 개입과 생각의 작용 여부이다. 중생 쪽으로 갈수록 의식의 개입
            과 생각의 작용이 강하고, 부처 쪽으로 나아갈수록 그것이 희박해진다.

            그리하여 의식의 개입과 생각의 작용이 전혀 없다면, 그리하여 오직 여
            여하게 인연에 따라 자유롭다면 그것이 바로 부처의 깨달음이 된다.





                『
             445   古尊宿語錄』(X68, p.9c), “觸惡住惡, 名衆生覺. 觸善住善, 名聲聞覺. 不住善惡
                二邊, 不依住將爲是者, 名二乘覺, 亦名辟支佛覺. 旣不依住善惡二邊, 亦不作不
                依住知解, 名菩薩覺. 旣不依住, 亦不作無依住知解, 始得名爲佛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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