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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백장스님의 법문이다.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

            은 사실이지만 궁극적 깨달음은 아무에게나 구현되지 않는다. 수행이
            높아질수록 전에 없던 경계를 체험하게 되는데, 그렇게 성취한 도에 대

            한 집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집착은 산 넘어 산이다. 자아에 집착
            하는 견해와 관념으로 인한 미혹의 장애(見思障)를 끊는다 해도 공을 실

            천하는 지혜와 공의 이치에 대한 집착이 남는다. 이것을 근본지혜를 가
            리는 장애(智障)라 한다. 태어나면서 갖추고 나왔다는 의미에서 선천적

            대상집착(俱生法執)이라고도 하고, 시작을 알 수 없는 무명(無始無明)이라
            고도 한다. 이로 인해 얇은 비단에 가려진 것처럼 법계의 실상을 명확

            하게 보지 못하는 장애가 일어난다. 그 장애성이 미세하므로 미세한 어
            리석은 견해, 나아가 극미세한 어리석은 견해라 부르는 것이다. 이 장

            애는 등각의 지위에서 소멸된다.
               사실 이 미세한 어두움, 나아가 극히 미세한 어두움은 완전한 밝음

            에 대비해서 그렇다는 뜻이지 진짜 어둡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얇은
            비단으로 시야를 가린다는 비유를 든 것이다. 이것은 등불의 밝기로 비

            유할 수도 있다. 12개의 등이 켜져야 완전히 밝아지는 공간이 있다. 여
            기에 하나의 등이 켜진 경우, 2개의 등이 켜진 경우, 나아가 11개의 등

            이 켜진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그 어느 경우라 해도 12개의 등이 모
            두 밝혀진 완전한 밝음과는 차이가 있다. 성철스님은 제8아뢰야식의 미

            세망상이 완전히 제거된 구경무심의 불지라야 모든 등이 다 켜진 견성
            이고 원증이라 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이것을 인용하였다.

               번역문 ①의 ‘일은’과 ②의 ‘이는’은 한글만 가지고 보면 ‘첫째’, ‘둘째’
            라는 의미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성철스님의 어투이므로 이것을 고

            칠 수는 없겠지만 1981년 초판본의 원고를 참고하여 한자를 병기하여
            ‘일一은’, ‘이二는’으로 교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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