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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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에 널리 펼쳐 주류를 점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공헌이 크다. 그러
나 남악南岳→마조馬祖→백장百丈→황벽黃檗→임제臨濟로 이어지는 남종
의 주류에서는 그를 지해종도로 규정한다. 여기에 하택스님을 계승한
북방 남종의 규봉스님 등이 마조 계열의 선풍을 비판한 일에 대한 반
작용이 있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떻게 보아도
앎을 불법의 핵심으로 보았던 하택스님의 수증론에 기인하는 바 크다.
‘앎이라는 한 글자가 모든 오묘함의 문(知之一字, 是衆妙之門)’이라 선언하
면서 선종의 핵심을 앎에 두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달마스님에서
6조스님에게까지 내려오는 선종의 핵심을 ‘신령한 앎(靈知)’이라는 한 단
어로 꿰고자 했다. 더구나 하택스님을 따라다니는 지해종도라는 표현
은 6조스님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하루는 6조스님이 대중들에게 말했다. “나에게 한 물건이 있는데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다. 이름도 없고 별명도 없다. 뒤도 없고 앞
도 없다. 그대들은 이것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신회가 나서서 대답
했다. “모든 부처님의 뿌리이자 근원이며, 이 신회의 불성입니다.” 6
조스님이 말했다. “내가 이름도 없고 별명도 없다고 말했는데 너는
그것을 뿌리, 근원, 불성이라 하는구나. 네가 나중에 법을 주관하
게 된다 해도 그저 지해종도나 되겠구나.” 446
법안스님은 하택스님이 이 예언과 같이 지해종을 세웠다고 말한다.
하택스님과 규봉스님의 사상과 실천이 알고 이해하는 일을 지향하고
『
446 六祖大師法寶壇經』(T48, p.359c), “一日, 師告衆曰, 吾有一物, 無頭無尾, 無名無
字, 無背無面. 諸人還識否. 神會出曰, 是諸佛之本源, 神會之佛性. 師曰, 向汝道,
無名無字, 汝便喚作本源佛性. 汝向去有把茆蓋頭, 也只成箇知解宗徒.”
제15장 다문지해 · 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