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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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제 교학에 기대어 마음을 깨닫고자 하는

               이를 위하여 번거로운 표현들을 제거하고 그 요강을 뽑아내어 참선
               수행을 검증하고 살펴보는 거울로 삼고자 한다.


            [해설]  보조스님이 『절요』의 집필 취지를 밝히는 문장이다. 규봉스님

            은 하택의 종지를 계승하는 입장에서 『법집별행록』을 지었으며, 자신은
            다시 그 요점을 추린 『절요』를 집필하여 수행의 귀감으로 삼도록 하고

            자 한다는 내용이다. 『절요』는 간화경절문으로의 경도가 두드러지게 나
            타나는 문건이다. 상무주암에서의 간화선 체험은 보조스님의 사상을

            전기와 후기로 나누는 하나의 기준점이 된다. 이를 계기로 한 사상적
            도약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서 일관된 동질성을 발견하는

            입장도 있고, 명백한 차별성에 주목하는 관점도 있다.
               성철스님은 보조스님이 간화선을 체험하면서 사상에 일대 전환이 있

            었다는 입장을 취한다. 해오점수의 주장에서 간화선의 실참과 증오를
            주창하는 방향으로 입장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다. 보조스님

            이 하택스님을 지해종의 선사로서 조계의 적자가 아니라고 보게 된 것
            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절요』에 소개된 간화경절문은 간략하

            기는 하지만 전체 문맥에서 결론적 위치에 배치되어 있다. 이에 대해 성
            철스님은 보조스님의 수증관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해석하

            는 것이다.
               그렇지만 『절요』의 전체 맥락을 보면 보조스님은 하택종의 돈오점수

            론을 여전히 중시하고 있다. 그 가려 뽑은 내용 역시 규봉스님의 핵심
            주장들이다. 하택종을 우위에 두고 이에 기초하여 여러 선종을 비판한

            점, 돈오점수를 선의 정통으로 본 점 등이 모두 그렇다. 다만 여기에 간
            화경절문을 새롭게 제시하여 깨달음을 향한 마지막 결정타로 활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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