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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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했던 것은 분명하다. 요컨대 해오점수와 화두참구를 전후 관계, 혹은

             근기에 따라 적용하는 방식으로 통합 내지 병존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성철스님은 이로 인해 보조스님에게 자가당착적 모순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성철스님은 『백일법문』에서 그 모순에 대해 별도의 절을 마
             련하여 논의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보조스님의 돈오점수에 대한 관점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전개한다. 보조스님은 달마대사의 깊은 뜻이
             돈오점수에 있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돈오점수는 원돈신해하는 자들

             을 위한 것이고, 또 교외별전은 돈오점수가 아니라 말한다. 그렇다면 돈
             오점수(=원돈신해)를 주장한 달마대사가 따로 있고, 교외별전을 대표하

             는 달마대사가 따로 있다는 말이 되지 않느냐는 것이 성철스님의 비판
             이다.

                또한 돈오점수는 교에 의지해 마음을 깨닫는 자들을 위한 것이라 해
             놓고, 언어적 가르침에 의지하면 영원히 살아나지 못하므로 경절문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한 것도 모순이라 지적한다. 이와 같은 모순에도 불구
             하고 성철스님은 보조스님의 사상에 일대 전환이 있었다는 점을 확신

             한다. 그리고 그 전환은 열반 후 출간된 『간화결의론』에서 더 분명하게
             확인된다고 주장        449 한다.

                거듭 확인되는 것처럼 성철스님은 교와 선, 해오와 증오, 돈오와 점
             수와 같은 모순된 둘을 함께 인정하는 통합론을 거부한다. 그 대신 간

             화선이라는 용광로에 불교의 모든 수증론을 녹여내고자 한다. 그래서
             모든 수증론을 논의의 장에 올리되 그 논의의 끝은 항상 활구참구의

             실참을 통한 실오로서의 견성, 즉 구경원각에 대한 강조가 되는 것이
             다. 실참실오를 주장하는 성철선의 주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
              449   백일법문』, p.347 참조.


                                                            제15장 다문지해 · 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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