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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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으로 선을 융섭하고자 한 규봉스님의 주요 논지를 초록한 뒤 여기에

             자신의 의견(私記)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조스님은 규
             봉스님의 견해에 대해 비판적 계승의 입장을 취한다. 규봉스님이 교를

             중심으로 하는 데 반해 보조스님은 선을 위주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 차이점은 간화선을 제시한 마지막에 두드러진다. 그것은 규

             봉스님의 주요 논지에 기대어 돈과 점을 논하고 공적영지空寂靈知를 드
             러내겠다는 본래의 집필 취지와는 무관(雖非密師所尙)하다. 그럼에도 경

             절문의 언구들을 부록으로 제시(係於此後)한 것은 규봉스님을 비판적으
             로 계승한다는 입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철스님은 이것을 『절요』의 결론으로 보았다. 그리하여 이것을 보
             조스님의 사상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주된 근거로 삼는다.

             ‘지해대병知解大病을 제거하는 전신활로轉身活路의 경절문이 보조스님의
             결론’이라 보았던 것이다.



                이로써 지해종도知解宗徒인 하택·규봉의 돈오점수는 의언생해依言
                生解하는 교가의 원돈사상圓頓思想이요, 이언망해離言亡解한 선문의
                경절활로徑截活路가 아님을 해명하였다.              450



                『절요』에 수록된 경절문의 언구들은 선문의 다양한 가르침을 두루

             담고 있다. 그렇지만 그 절대적인 부분은 대혜스님의 법문에서 가져온
             것이다. 보조스님은 이것을 “잘 참구할 수만 있다면 이전까지의 불법에

             대한 지해知解의 병을 말끔하게 씻어내고 궁극의 안락한 경지에 이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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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될 것” 이라 하였다. 그러니까 보조스님의 경절문 소개는 하나의 선택


              450  퇴옹성철(2015), p.344.
              451   普照知訥, 『法集別行錄節要並入私記』(韓國佛敎全書4, p.765c), “若善能參詳, 可以



                                                            제15장 다문지해 · 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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