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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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 선지식이 경절방편徑截方便으로 학자를 제접한 소유언구所有言句
를 인증引證하여 차후에 계열係列하여 참선준류參禪峻流로 하여금 출
신出身하는 일조一條 활로活路가 있음을 알게 하노라.
현대어역 앞에 제시한 법문들은 모두 말에 의지하여 이해하고 깨달
아 들어가는 이들을 위한 것들이다. 그리하여 법에는 인연에 따라
나타나는 것(隨緣)과 불변하는 것(不變)의 두 가지 도리가 있고, 사람
에게는 돈오와 점수의 두 길이 있음을 자세히 구분하여 설명한 것이
다. [두 이치로써 모든 경전과 논서들의 핵심이 자기 마음의 본성(性)
과 모양(相)에 관한 것임을 안다. 두 길로써 일체 성현이 공유한 길이
자기 실천의 시작과 끝임을 안다. 이와 같이 근본과 지말을 분명하게
가리고 분별하여 사람들이 미혹에 빠지지 않고 방편에서 실상으로
나아가 보리를 빠르게 증득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계속] 말에만 의지하여 이해하는 마음을 내기만
하고 몸을 바꾸는 길을 모른다면 비록 종일토록 관조하고 성찰한다
해도 오히려 앎과 이해에 묶여 쉴 기약이 없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오늘날의 참선하는 이들 중에 말을 떠나 도에 들어가고 앎과
이해를 단번에 소멸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비록 규봉스님이
높게 평가했던 것은 아니지만 조사와 선지식들이 빠르게 끊는 방편
으로 수행자들을 이끌었던 여러 말씀들을 약간 인용하고자 한다. 이
것을 뒤에 붙여 참선하는 뛰어난 사람들에게 몸을 뺄 한 가닥의 활
로가 있음을 알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해설] 보조스님이 『절요』의 결론으로 경절문의 활로를 제시하고 있
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인용문이다. 원래 보조스님의 『절요』는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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