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4 - 정독 선문정로
P. 794
지로 제시된 것임에 분명하다. 또한 보조스님의 경절문에 특별한 가치
를 두었음도 분명해 보인다. 다음의 문장을 보자.
또한 애착과 증오, 분노와 기쁨, 나와 남을 가르는 승부의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체중현體中玄을 깨닫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로 인
해 마음 밖에 대상이 세워져 말로는 깨달은 것 같지만 경계를 상
대하면 다시 미혹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차라리 규봉스님의
여실한 언어적 가르침에 의지하여 정밀하게 관찰함으로써 애착과
증오, 분노와 기쁨, 나와 남을 가르는 승부의 마음을 항복시키는
것이 낫다. 452
간화선과 원돈신해를 함께 선택 가능한 길로 제시하는 법문이다. 흥
미로운 것은 ‘차라리 규봉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낫다’는 말이 경
절문의 우월성을 전제로 하는 어투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조스님
의 경절문에 대한 경도는 『간화결의론』에 이르러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
다. 성철스님은 이러한 전체 맥락을 감안하여 부록으로 제시된 보조스
님의 경절문 소개를 『절요』의 결론으로 보았던 것이다.
①에 표시한 것처럼 수연隨緣과 불변不變, 그리고 돈오와 점수의 특징
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부분을 생략하였다. 이 생략된 부분은 돈오점수
가 『절요』의 핵심 내용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니까 전체 맥락으로 보자
면 경절문의 활로는 부수적으로 추가된 별도의 길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철스님은 이 인용문을 통해 보조스님의 사상적 변화의 움
淨盡前來佛法知解之病, 到究竟安樂之地也.”
452 普照知訥, 『法集別行錄節要並入私記』(韓國佛敎全書4, p.766a), “又有愛憎嗔喜人我
勝負之心, 爲不悟體中. 心外有境, 說時似悟, 對境還迷者也. 似此之流, 返不如依
密師, 如實言敎, 專精觀察, 能伏愛憎嗔喜人我勝負之心也.”
794 · 정독精讀 선문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