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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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말에 의지하여 이해를 내는’ 교학을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경절문의 가르침을 제시한다는 이 구절에서 보조스님의
             사상적 변화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①은 이러한 인용 목적에 어울

             리지 않는다고 보아 생략한 것이다.
                ②의 ‘일향一向’이 생략되었다. 현대어역에 보이는 것처럼 ‘계속하여,

             변함없이’의 뜻으로 번역되는 말이다. 이 단어의 유무에 따라 전체 뜻
             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다. 만약 원문대로라면 ‘말에 의지하여 이해를

             내는 일(依言生解)’은 부분적으로 인정되고 부분적으로 부정된다. 처음에
             도에 들어갈 때는 말에 의지하게 되지만 ‘계속해서’ 그것에 기대서는 안

             된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마지막 남은 지해의 티끌을 떨어
             내는 결정타로써 경절문 활구참구의 길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일향一向’을 생략하면 ‘의언생해依言生解’는 전면 부정된다. 성
             철스님은 분별적 지해는 물론 특별한 성취인 해오조차 부정한다. 그것

             이 궁극의 깨달음이 아닌 한 아무리 특별한 성취라 해도 결국 언어의
             길, 이해의 차원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성철스님의 입장에

             서 해오는 어떻게 보아도 의언생해依言生解이다. 원래 성철스님은 보조
             스님에 대해 전면적 비판과 부분적 긍정의 입장을 취한다. 여기에서는

             보조스님을 긍정하고자 한다. 무심의 실천에 들어가는 경절문을 긍정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용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일향一向’을 생

             략한 것으로 보인다.



                【15-17】   1) 圓頓信解門則①[以此十種知解, 亦爲眞性緣起, 無
                可取捨, 然] 以有語路義路聞解思想故요 ②[初心學者, 亦可信受

                奉持.] ③[若約]徑截門則④[當於親證密契,] 無有語路義路하며
                未容聞解思想故니라




                                                            제15장 다문지해 · 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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