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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 해오이므로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①과 같이 ‘이 열 가지 앎과 이해의 병이라는 것 역시 진실한 자성의
인연으로 일어난 것이므로 취하고 버릴 것이 없다. 그런데(以此十種知解,
亦爲眞性緣起, 無可取捨. 然)’의 구절이 생략되었다. 화엄의 원돈적 요체를
말하는 부분으로서 많은 설명이 필요하므로 생략하였다. 보조스님의
사상이 화엄의 원돈문에서 간화선의 경절문으로 넘어가는 움직임이 있
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인용 목적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생략한
것이기도 하다.
②와 같이 ‘처음 발심한 수행자가 또한 믿어 수용하고 정성껏 실천하
기 쉽다(初心學者, 亦可信受奉持)’는 구절이 생략되었다. 원돈신해문이 접근
하기 쉬운 장점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다. 원돈신해의 도리 역시 지해의
차원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비판하겠다는 인용 목적에 어울리지 않으
므로 생략하였다.
③의 ‘약약若約’은 ‘~에 대해 말하자면’ 정도의 뜻을 갖는데, 그 뒤의
곧 ‘즉則’ 자와 의미상 중복되는 점이 있다고 보아 생략한 것으로 생각
된다.
④와 같이 ‘직접 깨달아 비밀스럽게 계합하는 데 있어서(當於親證密契)’
라는 구절이 생략되었다. 이 말은 뒤의 구절과 동어 반복의 감이 있다.
깨달음이란 말의 길, 뜻의 길이 끊기고, 듣고 이해하고 생각하는 차원
이 완전히 사라진, 바로 그 일이기 때문이다.
2)는 『원돈성불론』에서 가져온 것이다. 『원돈성불론』은 보조스님의
선교일치적 관점이 드러난 논서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돈오는 곧 해오
이다. 이 문장에 의하면 10신에서 먼저 해오한 뒤 부지런히 지관을 닦
아 육체적, 정신적 번뇌를 모두 멸진하고 10주 초주에 이르게 된다. 이
때는 선정의 힘이 완성되어 지해로 인한 장애가 모두 사라져 증오證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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