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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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일어난다. 이처럼 초주의 지위에 들어 다시 10주, 10행, 10회향, 10

             지, 등각의 지위를 거치게 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10신에서 해오하
             여 10주에서 등각까지를 거치며 점수의 과정을 거쳐 성불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청량스님이나 규봉스님이 말하는 돈오점수의 돈오
             는 해오이다. 화엄의 이치를 깨닫는 것은 해오이지 결과로서의 깨달음

             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해오를 시작으로
             점수의 수행에 들어가는 돈오점수는 화엄의 수증론이다. ‘깨닫지 못하

             고 닦는 것은 진실한 닦음이 아님(若未悟而修, 非眞修也)’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철스님은 10신의 깨달음은 해오로서 점수를 필요로 한

             다는 점을 보조스님이 인정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
             하였다.

                이 중 ⑤와 같이 ‘먼저 닦아 그 뒤에 깨닫는 것이 아니므로(非先修而
             後悟故)’라는 구절이 생략되었다. 화엄에서는 닦음을 통한 깨달음을 증

             오證悟로 보고, 법계무애연기의 이치에 대한 의심 없는 눈뜸이 일어나
             는 것을 해오解悟로 규정한다. 생략된 부분은 해오가 진정한 수행을 견

             인하는 깨달음임을 설명한다. 이 문장은 해오를 우월하게 보는 화엄선
             의 맥락 속에 있다. 성철스님은 부지런한 수행을 통한 궁극의 견성만을

             깨달음으로 인정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해오를 높이 인정하는 맥락에서
             나온 이 구절을 생략하였다. 이를 통해 해오는 증오가 아니므로 미완

             성의 자리라는 점, 그러므로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⑥에서는 원문의 ‘시是’ 자를 ‘내乃’ 자로 바꾸어 표현하였다. 두 글자
             모두 ‘~이다’라는 뜻을 표현하므로 의미상의 변화는 없다.

                3)은 『간화결의론』에서 가져온 것이다. 『간화결의론』은 한국 최초의
             간화선 논서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보조스님은 간화선의 수행이 빠르고




                                                            제15장 다문지해 · 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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