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2 - 정독 선문정로
P. 842

현대어역  불안스님이 영원스님에게 말하였다. “최근 도성의 한 고승

               을 만났는데 그 가르침에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원스님이 말하
               였다. “법연스님은 천하에 제일가는 종사인데 어쩌자고 그를 떠나 멀

               리 가려 합니까? 인연이 있다는 자는 대개가 알고 이해하는 차원의
               스승으로서 그대의 첫 마음에 부합하는 것일 뿐입니다.”



            [해설]  법연스님에게서 불과극근, 불감혜근, 불안청원의 위대한 세

            제자가 나온다. 당시 선문에서는 이들을 법연스님 문중의 ‘세 부처(三佛)’
            라 불렀다. 그중 불안스님은 출가 초기에 경전 공부에 힘썼는데, “법은

            생각, 헤아림, 분별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法非思量分別之所能解.)”
            는 『법화경』의 구절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에 대해 강사스님에게

            질문하였으나 흡족한 답을 듣지 못하였다.
               이에 법연스님의 문하에 들어가게 되는데 매번 법을 물을 때마다

            “나는 너보다 못하다. 네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는 답을 들을 뿐이
            었다. 그래서 회상의 수좌였던 원례元禮스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원

            례스님은 그의 귀를 잡고 화롯가를 몇 바퀴 돌면서 “그대가 스스로 깨
            달을 수 있다.”는 대답을 하였다. 불안스님은 법을 알려 달라는데 귀를

            잡고 장난을 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원례스님이 대답한다. “그대가 이
            후 깨닫게 되면 비로소 오늘의 이 곡절을 알게 될 것이다.” 불안스님이

            울적해 하는 중인데 법연스님이 주석하는 장소를 옮기는 일까지 있게
            된다.

               이에 실망하여 다른 스승을 찾아 떠나다가 중도에 만난 사람이 영원
            스님이다. 영원스님은 천하의 정안종사로 꼽을 사람은 법연스님이 유일

            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를 만류한다. 이처럼 불안스님이 깨닫는 데 있
            어서 영원스님의 공로가 혁혁하다.




            842 · 정독精讀 선문정로
   837   838   839   840   841   842   843   844   845   846   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