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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성한다. 다른 하나는 황룡파로서 회당조심과 진정극문이라는 걸출한
종사를 배출하였다. 그런데 양기 계열의 동산법연스님은 유독 황룡 계
열의 회당조심스님과 진정극문스님을 높이 평가하였다. 진정스님과 관
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전에 진정화상께서 어록을 새로 내었을 당시 우리 스님(원오스님)은
오조법연스님의 회중에서 수좌를 맡고 계셨다. 오조께서 하루는
회랑 아래에서 한 중이 책 한 권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그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무슨 책인가?” 중이 대답하였다. “진정
화상의 어록입니다.” 오조께서 받아 읽어보고는 바로 찬탄하여 말
하였다. “내 부끄럽구나. 말세에 이러한 고승이 있다니.” 이에 수좌
를 부르셨는데, 우리 스님은 그때 뒷채에서 버선을 빨고 있다가 부
르는 소리를 듣고 급히 나갔더니 오조스님이 말씀하셨다고 한다.
“내가 책 한 권을 얻었는데 불가사의하다. 법의 요체를 잘 설한 것
이니 그대가 한 번 보라. 468
이러한 사연이 있었으므로 원오스님의 법을 받은 대혜스님 역시 진
정스님의 법문을 자주 인용한다. 진정스님은 보봉사寶峯寺에 주석하였
으므로 보봉진정, 혹은 보봉사의 옛 이름인 늑담泐潭을 따서 늑담진정
등으로 불린다. 또 당시의 명찰 여산 귀종사歸宗寺에 주석하기도 하였으
므로 귀종진정으로도 불린다.
『
468 大慧普覺禪師語錄』(T47, p.882a), “昔因眞淨和尙新開語錄, 其時我老和尙在五
祖堂中, 作首座. 五祖一日廊下見僧, 把一冊文字. 祖曰, 爾手中是甚文字. 僧曰, 是
眞淨和尙語錄. 祖遂取讀, 卽讚歎曰, 慚愧末世中有恁地尊宿. 乃喚首座, 我老和
尙時在後架洗襪, 聞呼很忙走出來. 祖曰, 我得一本文字, 不可思議, 所謂善說法
要, 爾試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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