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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正脈通이로다하야 其貴②[歸]重이 如此니라
선문정로 응암화應菴華가 귀종歸宗에 출세出世하였을 때에 대혜大慧는
③매양梅楊에 있었다. 일승一僧이 응암應菴의 수시어구垂示語句를 전
하니 대혜大慧가 극구칭탄極口稱歎하였다. 후일에 게송을 보내되 “금
륜金輪의 제일봉第一峰을 좌단坐斷하니, 천요백괴千妖百怪가 전부 적적
跡跡을 잠익潛匿했다. 연래年來에 또한 진소식眞消息을 득문得聞하니,
양기楊岐의 정맥正脈에 통달通達했음을 보도報道하더라.”고 하니 그
귀중함이 여차如此하니라.
현대어역 응암담화스님이 귀종사에 주석하던 때, 대혜스님은 매양에
있었다. 한 중이 응암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글을 전하였다. 대혜스님
이 그것을 보고는 극구 칭찬하고 감탄하였다. 나중에 게송을 붙였는
데 그 내용이 이러하였다. “불법의 제일 높은 봉우리를 차지하고 앉
으니, 천백의 요괴들이 모두 자취를 감췄네. 이즈음에 또 진정한 소
식을 들으니, 양기의 정맥이 통하였다고 말하고 있네.” 그 추대하고
중시함이 이러하였다.
[해설] 응암담화스님은 호구소륭스님의 법을 계승하였다. 그는 남악
→마조→백장→황벽→임제로 전해지는 남종 정맥의 한가운데 있는 종
사이다. 이에 비해 원오스님의 법을 계승한 대혜스님은 방계가 된다. 선
종의 정맥은 뒤의 제자에 의해 정리되는 것이므로 대혜스님이 방계가
된 것은 그와 법을 겨루던 응암스님 계열의 법손이 융성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전법 계열에 있어서 조카(法姪)가 되는 응암스님에게 보
낸 대혜스님의 시에는 진심이 넘쳐흐른다. 한편 이처럼 응암스님이 양기
제17장 정안종사 · 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