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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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니라.
현대어역 황룡혜남스님이 처음에 초원자명스님을 만나 그 말을 들어
보니 그 [논의가 대부분] 전체 선문을 낮추고 깎아내리는 것으로서
일일이 예로 들어 삿된 견해라고 규정하는 것마다 모두 늑담회징스
님이 비밀리에 전한 뜻이었다. 이에 기가 막혀 방으로 돌아갔다.
[해설] 황룡혜남스님의 오도인연을 밝히는 문장에서 가져온 예문이
다. 황룡스님은 운문종의 늑담회징스님에게 깨달음을 인가받아 이름
이 제방에 널리 알려졌다. 그러다가 운봉문열스님이 그의 스승인 회징
스님의 가르침을 죽은 말이라고 비판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분격하여 운봉스님을 목침으로 때리기도 하였으나 간곡한 충고를 듣고
초원스님을 만나보기로 한다. 그때 마침 초원스님이 그가 서기로 있는
복엄사福嚴寺의 주지로 초빙되어 법석을 열게 되었다. 황룡스님이 설법
을 들어보니 자기 스승인 회징스님이 주창하는 내용들을 모두 삿된 알
음알이로 비판하는 것이었다. 이에 마음을 고쳐먹고 초원스님에게 참
구하여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 첫마디가 “늑담스님의 가르침이 정말로
죽은 말이었구나. (泐潭果是死語.)” 하는 탄식이었다.
아무리 스승의 가르침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죽은 말이라면 아낌없
이 버려야 바른 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인용된
문장이다. 성철스님은 스승에 대한 비판을 감내하며 오로지 바른 도를
향해 간절한 마음을 낸 그를 수행자의 귀감으로 추앙한다. 진리의 깨달
음을 우선하고 인정을 뒤로 하는 모범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로 앞의 대혜스님의 경우와 통한다. 앞의 인용문에서 대혜스님은 제
자가 아닌 법질인 응암스님에게 정맥이 전해졌음을 인정한다. 이 두 예
제17장 정안종사 · 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