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1 - 정독 선문정로
P. 861
있어 보인다. 종조가 이러했으므로 법안종의 스님들은 대체로 경전에
밝았다. 바로 그 절정에 영명연수스님이 있다. 영명스님은 각 교파의 교
설을 선종의 종지에 녹여 이를 일체화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물이 용
수보살 이후 최대 저술로 꼽히는 『종경록』이다. 이것은 최소 300여 성
현의 학설과 60부의 경전이 하나로 녹아 있는 책이다. 성철스님도 이를
높게 평가하여 적극적으로 인용한다. 나아가 그것은 『선문정로』의 집필
모델이 된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법안종은 영명스님에
이르러 소멸한다. 전법의 도리는 이래저래 불가사의하다.
성철스님은 이 장에서 임제종의 3현3요三玄三要와 조동종의 군신5위
君臣五位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앞에서 개관한 바와 같이 5가7
종의 종파에는 깨달음으로 이끄는 정형화된 방법이 있었다. 그 대표적
인 것으로 임제의 3현3요와 조동의 군신5위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임제종의 3현3요는 원래 임제스님의 원칙론적인 한마디에서 비롯된
다. 임제스님은 말한다. “선종의 요체를 설하고 제창하려면 한마디 말
에 3현문三玄門을 갖추어야 하고, 1현문一玄門에 3요三要을 갖추어야 한
다.” 진리를 전달하는 말은 방편과 실체, 비춤과 활용을 동시에 갖추어
야 한다는 뜻이다. 임제스님은 그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후
대의 학자들과 수행자들은 이 3현3요가 구체적으로 가리키는 것이 무
엇인지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이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나오게 된다. 그중 3현을 체중현
體中玄, 구중현句中玄, 현중현玄中玄으로 나눈 고탑주古塔主스님의 분류가
유명하다. 이에 의하면 3요의 제1요는 언어에 분별과 조작이 없어야 한
다는 것이다. 제2요는 모든 성인의 깊은 도리에 바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고, 제3요는 말의 길이 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해석에 대해 분양선소스님은 개탄한다. 원래 전체가 한 몸
제18장 현요정편 · 8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