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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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상호 관계로 보면 군신5위君臣五位가 되고, 수행상의 지위로
보면 공훈5위功勳五位가 된다. 다만 여기에서 점차적 지위를 설정하는
것은 일종의 방편설이 된다. 그래서 실제로는 다섯 측면이 동시에 포함
된 하나의 지위만 있을 뿐이라는 점이 거듭 강조된다. 그 핵심은 수행
자의 치우친 견해를 타파하는 계기를 마련하도록 하는 데 있다.
2. 성철스님 현요정편 법문의 특징
현요정편의 설법은 바로 앞 정안종사의 설법과 짝을 이루어 시설되었
다. 정안종사의 설법에서는 임제종의 종사들을 전형적 스승의 예로 꼽
는다. 성철스님이 스스로 임제종의 법맥을 계승하고 있음을 뚜렷이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성철스님은 임제종은 물론 전체 5가7종이 같은 집
안의 살림을 말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원래 종파가 형성되고 나면 필연적으로 배타적 논쟁이 일어나게 마
련이다. 실제적 수행의 실천에 있어서도 모든 것을 두루 고려하는 일은
드물다. 단순한 방편의 반복이 효과적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대혜스
님이 묵조선을 삿된 선이라고 극력 비판한 것도 활구참구의 살아 움직
이는 자리로 집중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성철스님은 이 현요정편의 설법에서 선가의 다섯 종파에 우열
과 심천이 없음을 거듭 강조한다. 그 우열장단을 논하는 것은 법에 밝지
못한 눈먼 선객들의 병통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각 종파에서 깨달음으로
이끄는 다양한 방법들을 지위점차로 이해하는 관점에 대해 통탄한다.
제18장 현요정편 · 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