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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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없다.”
여칙이 도중에 스스로 생각하였다. ‘스님은 5백 대중을 거느리는 선
지식이다. 나를 속일 일이 있겠는가?’ 그리고는 마침내 돌아와 법안
스님에게 다시 참문하였다.
여칙: 스님이 저한테 물으셔서 저는 대답을 했습니다. 이제 여쭙겠
습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법안:병정동자가 불을 구하는 일이지.
여칙은 이 말에 크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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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칙스님은 처음에는 깨달음의 말을 상징과 비유로 해석했다. 그에게
병정동자가 불을 구한다는 말은 상징을 담는 그릇일 뿐이었다. 병丙과
정丁은 오행에서 불에 속하므로 병정동자는 곧 불이다. 그래서 여칙스
님은 이 말을 듣고 이미 부처인데 부처를 추구하는 일을 가리키는 것이
라 이해한 것이다. 물론 그 이해가 틀린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해 그 자체에 있다. 이해는 생각과 의미의 틀에 갇혀 있다.
이 차원에서는 생사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여칙스님이 분해서 절을
떠났다는 사실 자체가 그것을 증명한다. 옳고 그름이 있고, 바르게 이
해한 나와 잘못을 지적한 법안스님이 있다. 분별로 인한 윤회를 벗어나
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여칙스님은 마음을 비우고 돌아와 다시 묻는다. 그리고 전과
같은 대답을 듣는다. 법안스님의 이 말은 존재성과 의미성의 통일, 그리
471 佛果圜悟禪師碧巖錄』(T48, 147b), “和尙豈不知, 某甲於青林處, 有箇入頭. 法眼
『
云, 汝試爲我舉看. 則云, 某甲問如何是佛, 林云, 丙丁童子來求火. 法眼云, 好語.
恐爾錯會, 可更說看. 則云, 丙丁屬火, 以火求火, 如某甲是佛, 更去覓佛. 法眼云,
監院果然錯會了也. 則不憤便起單渡江去. 法眼云, 此人若回可救, 若不回救不得
也. 則到中路自忖云, 他是五百人善知識, 豈可賺我耶. 遂回再參法眼云, 爾但問
我, 我爲爾答. 則便問, 如何是佛. 法眼云, 丙丁童子來求火, 則於言下大悟.”
제18장 현요정편 · 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