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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조스님이 체중현, 구중현, 현중현의 3현을 지위 관계로 설명
한 일을 크게 잘못된 것으로 지적한다. 임제스님의 본뜻이 아니라는 것
이다. 더구나 그것을 알면서도 굳이 인용했으므로 잘못이 더 크다는 것
이다. 같은 차원에서 조선조의 백파스님이 비판된다. 백파스님은 무엇보
다도 각 종파의 우열을 나누고, 정안종사의 가르침을 순차적 지위 관계
로 논하는 데 능했다. 특히 3현3요를 구분하여 3현의 위에 3요를 배치
하는 해석을 내놓았다. 성철스님은 그가 종파의 우열을 나누는 데 불필
요한 공을 들였다고 비판한다.
물론 보조스님이 참고로 제시한 3현의 지위론이나 백파스님의 이론
은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다. 그럼에도 성철스님의 비판은 보조스님과
백파스님을 겨냥한다. 이로 인해 중국의 것은 비판하지 않고 한국만 비
판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성철스님의 관심사는 오직 한국
의 선풍을 바로잡는 데 있었고, 일체의 분별을 끊는 깨달음의 풍토를
진작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열론, 지위론은 상호
비교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상대를 설정하여 상호 비교하는 행위
자체가 분별의 차원에 떨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보조스님과 백파스님의
비판에 집중하게 된 것으로 이해된다.
3. 문장 인용의 특징
【18-1-①】 問 如何是臨濟下事오 師云 五逆이 聞雷니라 ①[學
云] 如何是雲門下事오 ②[師]云 紅旗閃爍이니라 ③[學云] 如何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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