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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그 통일된 자리까지 넘어서는 완전한 불이의 현장이다. 그런 점에서

            법안스님의 말은 3현3요를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임제종에서는 4료간四料揀, 4빈주四賓主, 4할四喝, 4조용四

            照用, 3구三句 등 깨달음으로 이끄는 다양한 방법을 썼다. 또한 이에 대
            한 자세한 논의가 선문에 유행하기도 하였다. 물론 그 핵심은 주체와

            객체를 둘로 분별하는 병폐를 치유하는 데 있었다.
               사실 깨달은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진여인 동시에 방편이다. 따라서

            깨닫지 못하면 가만히 침묵하는 일조차 8만4천의 번뇌가 되고, 깨달으
            면 8만4천의 법문이 오로지 하나의 방과 할에 수렴된다. 이렇게 알 때

            임제종의 다양한 방편들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조동종의 5위설은 치밀한 체계성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동

            산스님은 진리에 눈뜨는 일을 정중편正中偏, 편중정偏中正, 정중래正中
            來, 편중지偏中至, 겸중도兼中到의 다섯 차원으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그

            를 이은 조산본적스님이 각각의 차원에 설명을 달았다. 이로써 5위설
            은 조동종의 중심 사상이 된다. 이것은 본체와 이치를 정正으로 삼고,

            활용과 현상을 편偏으로 삼아 그 상호 관계를 다섯 가지 조합으로 구분
            한 것이다. 이에 의하면 본체, 공, 이치에 대해 눈뜨는 차원을 정중편正

            中偏이라 한다. 개별적인 일, 각각의 형상이 그대로 공이자 자성의 이치
            를 갖추고 있음을 인지하는 차원을 편중정偏中正이라 한다. 모든 현상

            이 공과 다르지 않으며 인연에 따라 일어난 것임을 아는 차원을 정중래
            正中來라 한다. 개별적인 일의 활용이 전적으로 본체에 계합하는 차원을

            편중지偏中至라 하고, 체와 용, 일과 이치가 서로 분리할 수 없게 병행하
            는 차원을 겸중도兼中到라 한다. 이 중 궁극은 겸중도이다. 이 차원에서

            는 여러 인연에 차별없이 응하되 어떠한 있음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
            리하여 오염도 청정도 아니고, 바름도 치우침도 아닌 불이중도의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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