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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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同一하고 회오會悟치 못하면 만별천차萬別千差라 함을 명지明知하니
라.
현대어역 내가 대중의 한 사람으로 있을 때 위앙종, 조동종, 운문종,
법안종에 대해 모두 공부를 하였으며 임제종도 물론이었다. 나중에
비로소 알게 되었는데 깨달으면 그 일이 한 집안과 같고, 깨닫지 못
하면 천차만별이었다.
[해설] 대혜스님이 젊어서 선종의 각 종파를 공부하였는데 나중에 깨
닫고 보니 모두 한 집안의 일이었다는 것이다. 대혜스님은 17세에 출가
한 뒤 운문어록을 읽고 선문의 법이 자신에게 인연이 있음을 알게 된
다. 그리하여 운문종의 선사에게 의지하여 공부하기도 하고, 선종 5가
의 설을 두루 공부하기도 하였다. 특히 조동종의 고승들에게 선법을 학
습하였는데 모두 실망하고 나중에 담당문준스님에게 의지하여 임제선
을 닦게 된다. 담당스님 열반 후 원오스님 회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인용문은 대혜스님의 공부 이력에 대한 요약이다. 이 설법은 정성충
鄭成忠이라는 유학자를 상대하여 설한 것이다. 원래 정성충은 5가의 종
파에 각기 특별한 무엇이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혜스님은
이 점을 의식하여 달마조사의 법에 이런저런 차별이 있을 수 없음을 밝
힌다. 오로지 마음을 비우는 일 하나로 이 공부는 귀결된다는 것이다.
이때 수행의 길을 밝힌 다음과 같은 게송을 하나 내린다.
악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면
선한 생각이 항상 이어지게 된다.
모든 바라밀의 길이
제18장 현요정편 · 8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