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5 - 정독 선문정로
P. 875

自在로다



                선문정로  처소에 따라 주재主宰를 짓고 인연을 만나 종풍宗風을 세워

                임제의 3현과갑三玄戈甲을 전개하고 조동曹洞의 5위군신五位君臣을 회
                합會合하여 고창敲唱이 쌍행雙行하여 살활殺活이 자재하도다.



                현대어역  처하는 자리마다 주인공이 되고, 만나는 인연에 따라 종지

                를 세우며 [만나는 곳마다 법의 깃발을 세운다.] 임제 3현3요의 창과
                방패를 펼치고, 조동 5위군신을 하나로 통일한다. 장단 맞추고 노래

                하기를 동시에 실천하니 죽이고 살리는 일에 자재하다.



             [해설]  응암담화스님의 어록에서 가져온 것이다. 3현3요를 처음 언급
             한 것은 임제스님이다. 그러나 정작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스

             스로 말한 적이 없다. 다만 그것이 언어형식을 통해 진리를 드러내는
             일을 가리킨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3현에 대해 실상을 알 수 있

             도록 최선을 다한 표현(體中玄), 이해를 차단하여 실상에 눈뜨도록 하는
             표현(句中玄), 상대성의 질곡을 떠난 표현(玄中玄)이라는 해석이 있게 된

             다. 고탑주스님의 3현에 대한 이 해석이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이다. 여
             기에서 말하는 3현에 대한 해석은 경전과 같은 의미가 통하는 말, 화

             두와 같이 의미를 차단하는 말, 고함이나 침묵이나 몽둥이나 일원상과
             같은 언어적 틀을 벗어난 말에 의해 불교의 진리가 표현된다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임제스님은 한마디에 3현문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요컨대

             모든 말에 3개의 차원이 함께 하는 실존적 입체성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갓난아기의 울음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갓난아기의 울음은 배




                                                            제18장 현요정편 · 875
   870   871   872   873   874   875   876   877   878   879   880